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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방학은 있다
- 관리자
- 조회 : 9016
- 등록일 : 2013-06-26
지난 겨울방학특강 공지 때 "방학은 없다"는 제목으로 겁준 적이 있는데, 실은 방학이 있습니다. 이번 한 주일 잘 쉬다 오세요. 여름방학특강은 7월2일부터 8월20일까지 매주 화요일 진행할 예정입니다.
내가 진행하는 강의는 아침 8시 동서울에서 출발하는 세명대행 고속버스를 고려해 10시20분에 시작하고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식사는 함께 어떻게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1시30분부터 제샘이 [시사현안세미나], 4시부터 권샘이 [현장글쓰기첨삭]을 진행하게 됩니다. 읽을 책과 과제 등은 선생님들이 댓글로나 수업시간에 추가 공지할 겁니다. 용샘은 <뉴스타파> 일이 아직도 바빠 우리 스쿨에서 파견되는 인턴 4명을 지도하는 것으로 특강을 대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멘티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천에 오시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난 겨울처럼 인터넷 강의를 함께 듣고 에세이를 한 편씩 써내면 첨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넷 강의 주제는 여러분의 선호에 따르겠지만, 너무 막연할 것 같아 둘 중 택일하는 방식으로 정하겠습니다. 아트앤스터디에서 제공하는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또는 김윤식의 [한국근현대문학사]를 염두에 두고있는데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미술사]는 교양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는 지난 겨울 들었던 신형철의 [90년대 소설]의 전단계로 거슬러 올라가 통시적으로 문학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방학특강 수강생수도 파악해야 하니 여러분의 댓글 반응을 기다리겠습니다.
김윤식 교수는 여러분이 잘 모를 것 같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일규가 처음에 김윤식 인강을 듣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을 때 실은 좀 의아했습니다. 일규가 나이를 좀 먹긴 했지만 여든이 다 되어가는 원로의 강의를 추천한 게 좀 생뚱맞은 데가 있죠. 김 교수는 실은 국어과 선배이면서 은사입니다. 지금도 <한겨레>에 [김윤식의 문학산책]이라는 월평을 쓸 정도로 성실하다는 점에서 늘 나를 자책하게 하는 사표이기도 합니다. 월평을 쓰려면 그 달에 나온 소설과 시를 다 읽어야 하는데, 그것을 평생 해온 거지요. 내가 기자가 된 이래 30년간 신문이나마 주요신문은 빠뜨리지 않고 숙제처럼 읽어온 것도 그분의 영향이라 하겠습니다. 저서도 1백권을 넘겨, 한글이 우리 문자 언어로 정착한 이래 가장 많은 책을 낸 분으로 꼽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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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학생들에게)
김윤식 교수님의 문예비평 종강수업이 아직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을 칠판에 쓴 뒤 당부 말씀을 하셨는데 여러분 표현을 빌리면 "쩐다"고 할까? 일단 시의 일부를 옮겨 적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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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 슬퍼하지 않으리니
차라리 그것이 남기고 간 자취에서 힘을 찾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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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없는 유신의 시대상황에서 사랑마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을 제자들에게 교수님이 한 마지막 말. 30여년의 세월은 그것마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게 하네. 나보다 "더 쩔었을" 여자 동창생에게 전화를 걸어 복원해보았다.
"젊음이나 사랑이 간다 해도 절망하지 말라. 소중한 것이 사라진다 해도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찾으라. 환경에 함몰되지 말고 허무주의에 빠지지 말라."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여러분에게도 전하고 싶네. 우리를 더 감동시킨 것은 그 시가 김윤식 교수의 러브 스토리와 겹쳐진다는 거였지. 그는 미대에 다니는 한 동창생을 지독히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어. 찢어지게 가난했던 김해 촌놈 김윤식은 인천 변두리 어느 빈촌에서 자취하며 청량리에 있는 사범대로 통학했는데, 겨울 내내 난방을 하지 않은 방에서 자다가 입이 돌아가는 와사병에 걸리고 말았지. 그녀는 부모가 짝 지워준 남자와 결혼하고 노총각 김윤식은 숙명여대에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숙대앞에서 갤러리인가를 운영하는 옛 애인을 딱 마주친 거야. 그녀는 사별인지 이혼인지 전남편과 헤어진 상태였지. 결국 재결합이 이루어졌고 슬하에 자식은 없지만 백년해로를 하고 있다는 거야.
실은 여동창 넷이 내가 영국 있을 때 대개 교수인 남편들을 떼놓고 와서 함께 유럽 자동차여행을 한 적이 있지. 사랑한다는 고백도 하기 힘들던 시절 4년을 함께한 동창들이었으니 그야말로 "센티멘탈 저니"가 될 수밖에. 워즈워스 고향인 호수지역(Lake District) 호숫가 길을 거닐 때 한 동창이 "초원의 빛"을 조용히 읊조리더군..........................
** "초원의 빛"은 엘리아 카잔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나탈리우드와 워렌비티는 여러분 부모님에게도 한때 마음의 연인이었을지 모른다. 아래 첨부한 동영상 중 2,4번째를 클릭해보아라. 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