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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 이재덕
- 조회 : 4036
- 등록일 : 2010-04-29
다들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공정무역커피 들어보셨죠?
저도 학부때 학교생협에서 판매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고,
가끔씩 지하철 타고 가다가 공정무역커피를 파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워낙 인기있어 최근에는 "킬리만자로의 선물"이라는 커피도 나왔답니다.
이런 걸 볼때마다,
착취에 시달리는 제3세계의 노동자들을 위해,
뭔가 아름다운 세계연대를 위해서라도 저 커피를 사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곤 했는데요.
이를 두고 "지라알 쌈싸묵으라"고... 이는 가짜 공정무역일 뿐이라고 욕하는 책이 있습니다.
실은 오늘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윤리적 소비>라는 책의 저자를 인터뷰하고 싶었거든요.
오늘 만난 천규석 선생님은 27살에 귀향을 해서 쭉 농사를 짓고 계시죠. 일흔이 넘으셨습니다.
대구한살림을 이끌어 가고 계시고, 창녕에서는 농촌 공동체인 "공생농 두레농장 두레학교"를 여셨습니다.
녹색평론에도 글을 쓰시죠.
<쌀과 민주주의>,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소농버리고 가는 진보는 십리도 못가 발병난다> 같은 책도 있어요.
이런 분을 여러분께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고민을 해봤지만
역시 농사꾼이라고 하는게 가장 좋을 것 같네요.
농사를 45년간 지으신 분이라 그런지 교수출신인 김종철 녹색평론발행인과도 조금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공정무역에 대한 견해가 그렇죠.
소농들의 두레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이분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데.
이를 다 설명했다가는 저 오늘 잠 못자고 세저리 뉴스만 쓰게될 것 같아서...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대구 한살림은 생각보다 참 조그만했습니다. 한살림 운동이라는 것이 워낙 유명해서 사무실도 꽤 클줄 알았거든요.
창고같은 곳을 개조해서 사무실로 쓰고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나는 생산물은 지역에서 유통하고 소비해서 지역에 배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기에
도시와 농민간의 직거래를 돕는 유통업체역할의 한살림도
과도기적 존재일 뿐, 결국엔 망해야 한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십니다.
오전 11시 부터 이루어진 인터뷰가 5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벌써 이렇게 지났나 해서..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가 대구로 찾아와 이야기를 청하니 반가우셔서 였을까요.
6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붕朋"자가 걸리지만 감히 말하자면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같은 즐거움 아니었을까 합니다.
저 역시 학문적으로 마음이 맞는 친구와 대화하는 그런 즐거움을 누렸으니까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귀한 책 4권을 받아들고 즐겁게 대구를 떠났지요.
제천에 도착하니 밤11시
눈인지 우박인지 모를 따가운 얼음 알갱이들과 칼같은 바람이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것이 내 앞길이구나! 하는 생각에...
따뜻한 남쪽 대구가 갑자기 그리웠습니다.
인터뷰 정리해서 제출하는 것도 참.. 큰일입니다. ㅠㅠ
ps. 1.저널리즘스쿨 게시판에 "지라ㄹ"이라는 단어를 쓰니 금칙어라서 안된답니다.
이럴수가.. 마음대로 글도못쓰는 더러운 게시판
ps 2. 내일 경제수업 발표로 문화관서 밤을 지새우고 있을 우리 동기들.. 힘 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