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작
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올가미
- 곽영신
- 조회 : 3631
- 등록일 : 2010-07-22
#1. 왕십리에 모인 별
제천을 떠난 기자, 성혜양, 세희양이 의기투합했습니다. 방학동안 각자 토익 정복, 중국어 정복의 사명을 갖고 매일 H대에 모여 열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열공의 기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시절 "과"와 "동아리"에서 모두 왕따를 당했던 기자는 두 명의 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셋이 밥을 먹으러 갈때는, 기자를 따돌렸던 무리들과 한번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졸업한지 너무 오래된 학번인지라 그럴 사람이 없습니다. 짜식들, 나도 칭구가 있다규 ㅋㅋㅋㅋㅋ
그런데 문제가 있긴 있습니다.
- 캠퍼스를 유유히 거니는 핫팬츠 입은 여학생들을 마음껏 선도(善導)하기가 어렵습니다.
- 캠퍼스를 유유히 거니는 훈남들과 저를 자꾸 비교합니다.
- 저는 간단히 밥을 먹고 싶은데, 성혜양과 세희양은 자꾸 삼겹살 같은 것만 먹습니다.
- 가끔 쉬는 시간에 모여 커피 한잔씩 하는데 어느덧 해가 기웁니다.
- 두 여인네가 자꾸 저를 피해 둘이서만 다른 칸에 모여 공부합니다. 어떤 때는 둘이 작당하고 안나옵니다. 그럼 나 혼자 삼각김밥 먹어 ㅠㅠ 앞니에 김 껴 ㅠㅠㅠㅠ
그러나 이 정도 시련은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방학동안 뜨거운 열기를 맞으며 열공하다 보면 어디 내밀만한 외국어 성적이 만들어 지겠죠?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심심하신 분들 H대에 놀러오시면 저희 3인이 쓰레빠를 질질 끌고 나가 반갑게 맞아드리겠습니다. ㅎㅎ
#2. 그러나 우리는, 세저리를 벗어날 수 없어
어제 늦은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다급한 여인의 목소리.
"오빠, 난 아직 오빠를 못잊.."과 같은 내용을 기대했으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근 기자와 함께 왕십리를 배회 중인 세희양. 내용인즉슨 <단비뉴스> 취재팀장님이 KBS 파업 취재를 "명령"했으니 함께 가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기자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왜냐하면 세희양을 방학 동안 면밀히 겪어본바, 꽤 무섭기 때문이었습니다.
KBS 노조측과 일정조정이 되지않아 전전긍긍하던 세희양은 오후 늦게야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물론 저도 따라갔습니다. 세희양은 제게 분명 "오빠, 옆에서 사진만 찍어주면 되요"라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에 오르자마자, "오빠가 기사 쓸래요?" 저는 고개를 돌려 한강을 바라보았습니다.
노조 홍보국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 취재했지만 알찬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KBS를 "살리겠다"는 말. 지금은 죽어있다는 얘긴데, 진정한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늠름한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홍보국장님은 우리에게 커피도 사주셨고, 커피값을 지불하고 남은 돈 500원을 기자에게 용돈으로 주셨고, 수염을 깎지못해 턱이 거뭇거뭇했고, 아이폰을 사용하셨고, 언뜻 보인 배경화면은 아직 아기로 보이는 따님 사진이었습니다. 멋있는 분이셨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세희양이 <단비뉴스>에 올릴 것입니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세희양과 나눈 얘기가 있습니다.
가끔 봉샘한테 전화가 와.
가끔 제샘한테 전화가 와. (정확히 띄어 쓰고 이모티콘 없는 문자도 와.)
가끔 권샘한테 전화가 와.
가끔 경호형(오빠)에게 전화가 와.
가끔 하늬(언니)에게 전화가 와.
그들의 전화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지.
그렇습니다. 우리는 몸은 여기 있어도, 결코 세저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취재활동을 하면서 다시금 제천을 그리워(?)해 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
그럼, <세저리뉴스> 여름방학 특별판 1호 기사는 여기까지!, 내일은 세라쿠! 기자가 되겠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