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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to. 세저리
- 강성명
- 조회 : 3784
- 등록일 : 2009-12-22
개인적으로 스크랩해 남겨 두고 싶은 기사라서 옮겨 놓습니다. (12월22일자)
동기 2명과 발로 뛰며 썼는데 에피소드도 많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기사입니다.
훗날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면 초심을 되새기게 해줄 기사이기도 하구요..
여러 세저리인들도 세밑이라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지친 후배들에게 이 기사가 약간의 자극이 됐으면 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몇몇 공채가 날 예정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다들 힘내요!!^^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912/h2009122202384721950.htm
[워킹 홈리스의 힘겨운 겨울나기] <상> 도시의 유랑자
몸 누일 곳은 다방·만화방뿐… "몸 간수해야 일이라도"
곰팡이 슬고 악취 찌든 비좁은 공간에서 칼잠
30~70代 일용직 "21세기 쪽방"서 하루 마무리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들… "가족 한번 봤으면"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7일 새벽 3시. 갈데 없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가장 싼 값에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 지하1층 A다방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숨을 턱 막았다. 오래된 옷ㆍ가방에서 풍기는 곰팡이 냄새와 고린 발 냄새, 바닥에 쌓인 담배 냄새까지 뒤섞여 이곳을 처음 찾은 뜨내기들은 5분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였다.
"자고 가시게요? 3,000원이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종업원은 30대 초반의 뜨내기 근로자로 위장한 기자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 듯했다. 종업원은 카운터 안쪽에 있는 홀로 안내한 뒤 커피, 녹차, 사이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카운터를 빼고 82㎡(약 25평) 크기의 홀은 흔한 다방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홀 가운데에는 커피를 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탁자 세트 대신 안쪽 텔레비전 3대를 향해 한 방향으로 정렬한 의자 24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홀 양 옆으로는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침대 8개와 한 명씩 누울 수 있는 좁은 평상이 2개 놓여있었다.
그곳에서 되는대로 이불을 덥고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은 27명 정도.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남성들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화장실은 약 1㎡ 정도의 크기에 소변기와 비누, 수도꼭지를 갖추고 있었다. 소변을 보기에도 좁게 느껴지는 공간이지만 거주자들은 이곳서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고 했다. 대변기가 비치된 곳은 "고장"이라는 글귀와 함께 문이 잠겨 있었다.
"공기가 답답해서 못 자겠네!" 자는 줄 알았던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이날 밤만 벌써 두 번째다. 냄새도 냄새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자는 데다 겨울이라 환기가 안되다 보니 공기가 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좋지 않은 공기 탓인지 밤새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사람에 3.3㎡(1평)도 안 되는 수면공간, 대변도 볼 수 없는 화장실, 허리를 완전히 펼 수 없는 의자…. "21세기 쪽방"으로 불리는 몇몇 다중이용업소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변종 다방의 풍경이다. 국토해양부 고시 최저주거기준은 가구원이 1인인 경우 침실 1개, 총 주거면적은 12㎡(약 3.6평)지만,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오늘은 추워서 일이 없나 보네. 추울 땐 쉬는 게 낫지." 사장의 큰 목소리에 문득 잠을 깨보니 오전 5시30분이다. 몇 군데 빈 자리를 빼고는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옆 자리에 누웠던 한 남자는 "겨울엔 일주일에 이틀 일 나가고 나머지 날은 교회에서 점심 해결하는 게 보통"이라면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몸 상하면 여기(다방)마저 못 오니까 여기 사람들에겐 몸간수가 제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의 영등포역 근처 K 만화텔도 만화책은 거들떠 보지 않고 잠만 청하는 일용직 근로자들로 가득했다. 만화텔은 기존 만화방을 숙박에 더 적합하도록 개조한 것. 1층에는 일반 만화방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소파가 놓여있지만, 2층은 공간을 잘게 쪼개 잠자는 방들을 만들어놓았다. K 만화텔 2층에도 약 3㎡ 크기의 방들이 30개 정도 마련돼 있었다. 2층 방에서 하루 묵는 비용은 7,000원. 일반 만화방보다는 2,000원, 다방보다는 무려 4,000원이나 비싸다. 그만큼 서비스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2층에는 샤워장이 있고 빨아놓은 수건과 드라이기, 선풍기와 대형거울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숙박업소가 아닌 만큼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방과 방 사이가 얇은 칸막이로 나뉘어져 옆방 소음이 그대로 들리는 구조다. 또 각 방에는 길이 2m, 폭 0.8m짜리 침대 하나와 만화책을 놓을 수 있는 작은 탁자 외에는 아무런 생활용품도 없었다. 침대는 오랫동안 빨지 않은 듯 곳곳이 변색되거나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이전에 썼던 사람의 물건이나 만화책이 마구 흩어져 있었다.
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통이었다. 기계설비업을 하다 두 달 전 부도가 난 뒤부터 이곳 2층 방에 투숙해왔다는 A(60)씨는 "얼마 전에 큰 아들이 손자를 낳았는데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다"면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런 사연 하나씩 없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다방, 만화방, PC방 등 비주택 거주자 207가구를 조사한 결과, 4분의 3이 가족해체를 겪고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잇따라 철거되는 쪽방을 대신하는 다중이용업소의 환경은 오히려 쪽방보다 못하다"면서 "일할 의지가 있는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주거정책, 고용정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기 2명과 발로 뛰며 썼는데 에피소드도 많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기사입니다.
훗날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면 초심을 되새기게 해줄 기사이기도 하구요..
여러 세저리인들도 세밑이라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지친 후배들에게 이 기사가 약간의 자극이 됐으면 합니다.
내년 상반기에 몇몇 공채가 날 예정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다들 힘내요!!^^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912/h2009122202384721950.htm
[워킹 홈리스의 힘겨운 겨울나기] <상> 도시의 유랑자
몸 누일 곳은 다방·만화방뿐… "몸 간수해야 일이라도"
곰팡이 슬고 악취 찌든 비좁은 공간에서 칼잠
30~70代 일용직 "21세기 쪽방"서 하루 마무리
저마다 가슴아픈 사연들… "가족 한번 봤으면"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7일 새벽 3시. 갈데 없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가장 싼 값에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 지하1층 A다방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숨을 턱 막았다. 오래된 옷ㆍ가방에서 풍기는 곰팡이 냄새와 고린 발 냄새, 바닥에 쌓인 담배 냄새까지 뒤섞여 이곳을 처음 찾은 뜨내기들은 5분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였다.
"자고 가시게요? 3,000원이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종업원은 30대 초반의 뜨내기 근로자로 위장한 기자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 듯했다. 종업원은 카운터 안쪽에 있는 홀로 안내한 뒤 커피, 녹차, 사이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카운터를 빼고 82㎡(약 25평) 크기의 홀은 흔한 다방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홀 가운데에는 커피를 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탁자 세트 대신 안쪽 텔레비전 3대를 향해 한 방향으로 정렬한 의자 24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홀 양 옆으로는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간이침대 8개와 한 명씩 누울 수 있는 좁은 평상이 2개 놓여있었다.
그곳에서 되는대로 이불을 덥고 잠을 청하고 있는 사람은 27명 정도.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남성들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화장실은 약 1㎡ 정도의 크기에 소변기와 비누, 수도꼭지를 갖추고 있었다. 소변을 보기에도 좁게 느껴지는 공간이지만 거주자들은 이곳서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고 했다. 대변기가 비치된 곳은 "고장"이라는 글귀와 함께 문이 잠겨 있었다.
"공기가 답답해서 못 자겠네!" 자는 줄 알았던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이날 밤만 벌써 두 번째다. 냄새도 냄새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자는 데다 겨울이라 환기가 안되다 보니 공기가 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좋지 않은 공기 탓인지 밤새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사람에 3.3㎡(1평)도 안 되는 수면공간, 대변도 볼 수 없는 화장실, 허리를 완전히 펼 수 없는 의자…. "21세기 쪽방"으로 불리는 몇몇 다중이용업소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변종 다방의 풍경이다. 국토해양부 고시 최저주거기준은 가구원이 1인인 경우 침실 1개, 총 주거면적은 12㎡(약 3.6평)지만, 이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오늘은 추워서 일이 없나 보네. 추울 땐 쉬는 게 낫지." 사장의 큰 목소리에 문득 잠을 깨보니 오전 5시30분이다. 몇 군데 빈 자리를 빼고는 늦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옆 자리에 누웠던 한 남자는 "겨울엔 일주일에 이틀 일 나가고 나머지 날은 교회에서 점심 해결하는 게 보통"이라면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몸 상하면 여기(다방)마저 못 오니까 여기 사람들에겐 몸간수가 제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의 영등포역 근처 K 만화텔도 만화책은 거들떠 보지 않고 잠만 청하는 일용직 근로자들로 가득했다. 만화텔은 기존 만화방을 숙박에 더 적합하도록 개조한 것. 1층에는 일반 만화방과 마찬가지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소파가 놓여있지만, 2층은 공간을 잘게 쪼개 잠자는 방들을 만들어놓았다. K 만화텔 2층에도 약 3㎡ 크기의 방들이 30개 정도 마련돼 있었다. 2층 방에서 하루 묵는 비용은 7,000원. 일반 만화방보다는 2,000원, 다방보다는 무려 4,000원이나 비싸다. 그만큼 서비스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2층에는 샤워장이 있고 빨아놓은 수건과 드라이기, 선풍기와 대형거울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숙박업소가 아닌 만큼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우선 방과 방 사이가 얇은 칸막이로 나뉘어져 옆방 소음이 그대로 들리는 구조다. 또 각 방에는 길이 2m, 폭 0.8m짜리 침대 하나와 만화책을 놓을 수 있는 작은 탁자 외에는 아무런 생활용품도 없었다. 침대는 오랫동안 빨지 않은 듯 곳곳이 변색되거나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이전에 썼던 사람의 물건이나 만화책이 마구 흩어져 있었다.
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통이었다. 기계설비업을 하다 두 달 전 부도가 난 뒤부터 이곳 2층 방에 투숙해왔다는 A(60)씨는 "얼마 전에 큰 아들이 손자를 낳았는데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다"면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그런 사연 하나씩 없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다방, 만화방, PC방 등 비주택 거주자 207가구를 조사한 결과, 4분의 3이 가족해체를 겪고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잇따라 철거되는 쪽방을 대신하는 다중이용업소의 환경은 오히려 쪽방보다 못하다"면서 "일할 의지가 있는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주거정책, 고용정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