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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자정, 봉쌤과 함께 먹구대학에 입학한 우리!
- 구세라
- 조회 : 3305
- 등록일 : 2010-04-17
지난 16일, 자정이 다 되어 이봉수 선생님과 지역취재팀 5명(구세라, 김인아, 김지영, 김화영, 윤성혜)은 "먹구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제천 유일의 중장년 음악감상 공간"인 "먹구대학교"는 4학년부터만(40대 이상) 입학할 수 있어, 정문에서 우리 2학년(20대 젊은 피)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봉수 선생님 덕분에(?) 먹구대학교 총장 DJ 김기성 아저씨의 허락을 받고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맥주와 골뱅이 소면으로 풀기 시작한 이야기보따리는 훈제 칠면조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맛난 음식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바로 "음악 감상"이었습니다. 박미경 ‘민들레 홀씨 되어’, 김광석 ‘혼자 남은 밤’, 김추자 ‘님은 먼 곳에’ 등의 잔잔한 노래는 새벽을 감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심신 ‘오직 하나뿐인 그대’, 파파위니의 곡 등은 수다에 활기를 불어넣었죠. 무엇보다 마지막 곡인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는 이봉수 선생님의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멜로디는 새벽 두 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안겨준 DJ 아저씨는 8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3~40대가 즐길 곳이 없어서 만든 이곳은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이기도 한 것이죠. 이 일 저 일 하시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낮에는 ‘시인과 농부’라는 식당에서 일하시고 밤에는 ‘먹구대학교’를 운영하면서 열심히 사신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두 딸은 아빠와 엄마가 나와서 일하는 동안 스스로 일을 꾸리는 효녀입니다. 한 번도 우등상을 놓친 적이 없을뿐더러 요즘에는 독학으로 일본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하네요.
‘그 섬에 가고 싶다’와 ‘봄날’ 작가 ‘임철우’ 씨도 이 달에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노래를 들으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봉수 선생님과 DJ 아저씨의 공통점도 찾았습니다. 바로 "DB 구축"이었습니다. 옛날 노래와 광고 동영상 자료를 포함해 없는 곡 빼고는 다 있는 먹구대학교는 흡사 이봉수 교수님 자료실과 같았습니다.
DJ 아저씨는 술을 못 먹는 윤성혜 양과 김지영 군을 위해 음료를 직접 만들어 주셨습니다. 또 다음 날(17일) ‘시인과 농부’에서 점심을 약속하셨습니다. 재미있는 말씀도 많이 해 주시고, 좋은 음악도 들려주신 아저씨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취재팀을 위해 잊지 못할 새벽을 안겨 주신 이봉수 선생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