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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문화관을 지키며-
- 방구붕
- 조회 : 3155
- 등록일 : 2010-04-30
# 신문은 일어로 신붕입니다. [홍담식 댓글에 따르면 이건, 신문, 이거슨 새로운 친군가요 *"-"/ ]
우리는 매일 신문을 봅니다. 중요한 발제나 과제가 있으면 신문을 잠시 덮기도 합니다. 보는 것도 쉽지 않으니 꼼꼼히 읽는 건 더 어렵습니다. 꼼꼼히 읽는다고 머리에 다 남는 것도 아닙니다. 다 안 읽은 건 아닌데 말입니다. 봉쌤이 "읽지 않으니 말해도 무슨 소용잇나♪" 하실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읽어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읽은 것도 같은데 내 머리속은 지우갭니다. (한숨효과) 기억나지 않으면 정보 득템이라도 해야합니다. 문화관에 들어오는 10부의 신문이 아쉬워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 신간 소개야말로 훌륭한 득템입니다.
1년 전 이맘 때쯤, 한겨레 독자 모임에서 손철주 선생님 강연을 들었습니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는 신간을 내고 "향기나는 책을 말하다"에 소개 되셨지요. 자신은 쾌락주의자라 소개하시며, 그 쾌락이 색(色)과 주(酒)에 대한 집착이 아닌, 자신의 운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이에 충실히 부응하는 거라 설명하셨습니다. 一期一會 마치 처음인 듯 즐기고 만나야 최대한의 카르페디엠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쾌락이 모두 글의 숨을 불어 넣는 거라 하셨습니다.
요새는 말과 글이 서로 융통성 있게 교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말하고도 뭔 말인지, 내가 쓰고도 뭔 글인지 모릅니다. 무생물(글)이 숨을 획득해서 누군가에게 가 닿으려면, 글쓴이의 온 마음이 담겨야 하는 거구나, 이제야 손철주 선생님의 말씀을 알 것도 같습니다.
# 선생님이 즐겨 읊는 한 시라며 소개 해 주셨던 "원진"의 시입니다.
강가에 꽃이 지네
원진(元稹)
日暮嘉陵江水東(일모가릉강수동) : 해 저무는 가릉 땅에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梨花萬片逐東風(이화만편축동풍) : 배나무 꽃잎 수 만 조각이 봄바람에 날린다
江花何處最斷腸(강화하처최단장) : 어느 곳의 강꽃이 내 애간장 끊는가
半落江水半在空(반락강수반재공) : 반은 강물에 흘러가고 반은 공중에 날린다
선가에 떠도는 선시 中
낙화유의수유수(落花有意隨流水)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어서 흐르는 물을 따라가나
유수무정송낙화(流水無情送落花) 흐르는 물은 정이 없어 떨어진 꽃만 보냄이로다
물은 정이 없어서 내 흐린 마음을 싣고 갈 뜻이 없답니다. 문(학)청(년) 우리 곽 편집장님께서 지난 봉쌤의 자작시를 보시고 크게 감명 받아 자신의 청춘을 한탄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시는 어떻습니까. 곽 편집장님의 이루 말 할 수 없는 청춘, 정 없이 보내진 꽃과 같은가요 (풀썩)
#오늘은 저널리즘 특강이 없는데도 문화관이 한산했습니다.
오늘 <세저리 신문>은 문화관에서 떠도는 신문과 신문의 한 섹션이 주인공입니다. (허익후)
이 시각, 한반도 곳곳으로 흩어진 세저리인은 모두 안녕하신가요.
<세저리통신>안부 날려봅니다.
곽편집장: "집으로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조규찬 노래를 듣고 있음. 탕수육 먹었는데 소화가 안돼ㅠㅠ"
민보영: "민보영양은 안양가는 고속버스 속에서 장정일의 "구월의 이틀"을 읽으며 생각에 잠겨있습니다ㅎ"(참고로 민 양은 대화 속 대꾸 센스 작렬입니다, 겪어보시면 압니다)
이재덕: "지금 난 누굴 찾고 있다"
김지영: "밥먹고 문화관 가는 중"
세라쿠: "곧 저녁먹지욯ㅎㅎ 퐈이팅!" (...세라야, 심심하잖늬..)
김인아: "전 과연 뭘 하고 있을까요~~ㅋㅋ" (....)
곽편집장: "그리고 옆사람이 자꾸 방구낌ㅠㅠㅠㅠㅠㅠㅠ" (전 아닙니다 @_@)
강성원: "나 지금부서엠티와 있어 술진탕먹는다 ㅋ낼은체육대회착출" (좋겠다, 이넘아"-")
안세희: "전 인터뷰후 지쳐서잤답니다ㅜ 끝나고 나니 기가 빠져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ㅋ"
윤성혜: "문자 이제봤어, ...잤어"(멘트로 대신 전달ㅎ, 이해합니다. 황호택 기자 인터뷰 기사 날리고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을거에요..)
장희재: (이제 정신차려야 돼, 라는 말씀 전달 후 다른 연락은 부재- )
각자 자리에서 열심열심유유유유유ㅠ 제천은.. 조용합니다.. 조용.. 조용.. 그리고 심심..
# 내일(5월 1일)은 노동절입니다.
대학 시절, 팔뚝 꽤나 흔들며 선동질하던 친구들은 노천극장 어딘가에서 뭔가 무서운 노래 구령에 맞춰 춤도 춰보고 동지들과 함께 무언가 세상을 금세 뒤흔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젖어도 보았을 겁니다. 새내기 시절, 선배들 깃발에 이끌려 갔던 연대 노천극장이 아직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이제는 노천극장에서 밤새 빨간 깃발 흔드는 대신, 씐나게 놀겁니다. 노는 게 남는 겁니다. 레디앙 조병훈 씨의 글입니다. ""놀지 못하는 진보는 무능하다 노동절엔 록음악과 함께 투쟁을(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179)"
# 노동절만큼 중요한 건, 세저리에 입소한지 벌써 두 달이나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뒷말은 생략하겠습니다. 뭔가 자괴감이 느껴질 것 같으니까요. 가늘어진 팔다리, 배에 붙은 지방, 늘어난 몸무게, 내 머리속 지우개, 칼럼인지 빨간 색칠북인지 모를 글. 이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번 주말은 오늘만큼 싸늘하고 조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놀면 안 될 것 같지만, 놀고 싶습니다. (허익후야) 오늘 기사는 웃기는 짬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