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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 신천지가 열렸도다!
- 곽영신
- 조회 : 2858
- 등록일 : 2010-05-17
#1. 사.랑.해.요. 권.문.혁!
수업이 끝나고 권샘이 은밀한 눈길로 3기 남정네들을 쳐다 보십니다.
"가련한 영혼들아, 5시 20분까지 문화관 로비로 집합."
기자는 한창 과제 중인 한글 파일을 서둘러 닫습니다. 희재군은 쓰던 칼럼을 내팽겨치고 달려나갑니다. 재덕군은 벌써 신발을 갈아 신었습니다. 지영군은 이미 로비.
일찍이 우리들의 영양결핍 상태를 간파하신 권샘이 큰 맘먹고 부르신 것입니다. 이른바, "3기 맨"즈 영양보충 데이"
우리의 스케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치악산 병풍을 두른 고속도로를 지나 강원도 원주까지 내달았던 것입니다! 덩치 큰 남자 다섯을 태운 승용차는 가볍게 도로를 질주합니다. 뒷좌석에 세 명이 앉아 비좁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싱글벙글입니다.
내공이 느껴지는 식당에 앉아 고기를 굽는 동안 권샘은 술을 한 잔씩 따라주십니다. 권샘은 그동안 3기 남학생들과 깊이 대화할 시간도 없었으니 남자끼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보자며 빙긋 웃으십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시간 동안 식탁은 맹렬한 젓가락의 질주뿐. 대화는 사치.
오는 길엔 박경리 선생의 옛집을 들렀습니다. 시간이 늦어 집 안까지 들어가진 못했지만, 아담한 주택의 뒤태에서 풍겨오는 문학내음. 게다가 권샘과 박경리 선생님과의 각별한 인연까지 더해지니 왠지 작가를 직접 뵌 듯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생전 처음 들른 원주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얹어 돌아왔습니다.
권샘 감사합니다 ㅎㅎ
#2. 재덕군 비데의 신천지 열어
놀라운 사실 하나, 재덕군은 이제껏 비데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는 화들짝 놀라 우리 문화관의 "자동물내림 비데"의 유용성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엉덩이 어디로 물이 튈지 모르는거 아니나며 항상 옆칸을 향하던 그. 드디어 오늘 호기심에 세정 버튼을 눌러본 모양입니다.
"너무 좋아.."
재덕군이 말합니다.
"물줄기가 그토록 정확할 줄은 몰랐어."
그는 또 말합니다.
"물줄기를 움직이게 할수도 있더라. 느낌이 이상해. 모든 버튼을 눌러보고 싶어."
계속 말합니다.
"왠지 이해가 가.."
뭐가 이해가 간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재덕군은 비데의 신천지를 열었습니다. 모든 버튼을 눌러본다니, 앞으로 화장실에서 줄 좀 서야겠습니다. 물줄기의 다양한 강도, 온도, 각도까지 모두 체험하고 싶은 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