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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문학코오너- 봄 밤
- 최원석
- 조회 : 2658
- 등록일 : 2011-04-10
봄 밤
김수영 (金洙暎)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_
음- 사실 아직 경제사회현안 추가 자료도 못 올렸고, 취재보도실습 과제도 하는 중입니다.
(제정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해 뜨기 전에는 꼭 올리겠습니다. )
한 주를 마치고 나니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김경애 선생님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저녁 먹고 배탈이 났는지, 한 세 시간을 자다가 12시가 다 되어 깼습니다. 문득 생각하니 일요일, 몇 시간의 잠을 자고 나니 정신이 좀 드네요.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분주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준비한답시고 3일 밤낮을 샜고, 평소 관심 없이 지내던 내용을 이해한다고 승태와 경현 (승태와 경현이가 그러고 보니 세저리뉴스에 등장을 잘 안했네.)와 함께 파생상품에 대해서 거의 ‘구도자들’의 자세로 밤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CDO(부채담보부증권)와 CDS(신용부도스와프)의 차이를 알게 되고, 마침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서울 봉천동 슈퍼마켓 주인 김 씨에게 미치는 영향" (2009년 KBS 입사시험 논술문제)에 대한 답변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낼 수 있었을 때 마치 상대성이론이라도 이해한 양 기뻤습니다. 알고 보면 수업시간에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붙잡고 있던 뭔가를 며칠 만에 이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질문의 핵심을 짚지 못했던 자료조사가 아쉬웠고, 자료 준비하느라 발표연습을 급하게 한 점은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추가 자료 조사’ 권고를 받고도 홀가분했던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그 맥락과 내용까지 빠짐없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서랄까요.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는 건 그나마 어딘가 채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잠이 많은 편은 아닌데, 많이 졸았습니다. 월요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나고, 화요일에는 취재보도실습 시간에 ‘경찰 브리핑’듣다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현장에서 이러면 큰 일 나겠죠?) 수요일에는 이봉수 선생님의 알토란같은 케임브리지 추억담을 듣다 졸고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언제부터 졸았는지는 기억합니다.), 목요일에는 지난 달 마감한 EBS 5분 다큐에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들 시사회 잘 버티다 수업 시작하자 권문혁 선생님께 ‘꾸벅’ 인사드렸습니다. 제 가마가 수직으로 선생님을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갑자기 강의실이 고요해진 데 오히려 놀라 깼던 것 같습니다. (옆에서 슬이가 꼬집었던가...)
발표 준비로 주말부터 목요일까지를 보내고 나니 금요일. 서울로 올라와 영-호남이 언제부터 대립구도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박상훈 선생님으로부터 흥미롭게 듣고, 다시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니 토요일이었습니다. 다시 아침. 박수택 선생님의 리포팅 수업을 서초강의실에서 듣고, 모두 함께 모여 자장면도 먹고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나니 오후1시 20분. 앞장 서서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도 모른 채 내려, 학우들 걷게 하고 (그게 다 소화를 돕기 위해서...), 다시 버스타고 강 건너 만리재 한겨레 사옥에 도착해, 김경애 선생님께 신문편집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준비해 오신 간식 먹으면서 파프리카가 어지간한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은선양은 두 번 모두 눈 감고, 지현이는 쓰레기통 치우고 (고마워!), 마주보는 아파트에서는 어쩌면 기자일 수 있는 어느 아저씨께서 묵묵히 담배를 피고 계셨고요. 이렇게 일주일을 꽉 채워 보내고 나니 토요일이 다 갔습니다.
아직 일요일이 남았지요! 한 주의 마지막 혹은 시작. 봄이면 늘 그렇지만 꽃피기 시작하면 마음이 들뜨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겨울보다 봄이 더 연말연시 같습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비로소 지난 해 찍었던 봄 사진을 떠올리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靑春- 같은 단어도 한 번씩 생각해 보고, 하얀 벚꽃을 기억에 담을 수 있는 이십 대가 얼마나 남았나 하고도 생각해 보는 계절- 네, 가끔은 꽤 사색에 빠지는 시절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황색저널리즘 운운하는 세저리뉴스라지만, 다양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할 터, 이 계절 세저리뉴스의 인간미 넘치는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詩 한 편 실어 봅니다. 김수영 시인 (시인, 서울 종로 출생, 1921~1968.6.16, 평화신문사 문화부 차장, <묘정의 노래>, <풀> 등 다수 작품 남김)의 ‘봄 밤’ 입니다.
마초원숙끙 드림
김수영 (金洙暎)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_
음- 사실 아직 경제사회현안 추가 자료도 못 올렸고, 취재보도실습 과제도 하는 중입니다.
(제정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해 뜨기 전에는 꼭 올리겠습니다. )
한 주를 마치고 나니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김경애 선생님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먼저 돌아왔습니다. 저녁 먹고 배탈이 났는지, 한 세 시간을 자다가 12시가 다 되어 깼습니다. 문득 생각하니 일요일, 몇 시간의 잠을 자고 나니 정신이 좀 드네요.
이번 학기 들어 가장 분주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준비한답시고 3일 밤낮을 샜고, 평소 관심 없이 지내던 내용을 이해한다고 승태와 경현 (승태와 경현이가 그러고 보니 세저리뉴스에 등장을 잘 안했네.)와 함께 파생상품에 대해서 거의 ‘구도자들’의 자세로 밤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CDO(부채담보부증권)와 CDS(신용부도스와프)의 차이를 알게 되고, 마침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서울 봉천동 슈퍼마켓 주인 김 씨에게 미치는 영향" (2009년 KBS 입사시험 논술문제)에 대한 답변을 조금이나마 생각해낼 수 있었을 때 마치 상대성이론이라도 이해한 양 기뻤습니다. 알고 보면 수업시간에 발표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붙잡고 있던 뭔가를 며칠 만에 이해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질문의 핵심을 짚지 못했던 자료조사가 아쉬웠고, 자료 준비하느라 발표연습을 급하게 한 점은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추가 자료 조사’ 권고를 받고도 홀가분했던 이유는, 눈앞에 보이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그 맥락과 내용까지 빠짐없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서랄까요.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는 건 그나마 어딘가 채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잠이 많은 편은 아닌데, 많이 졸았습니다. 월요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안 나고, 화요일에는 취재보도실습 시간에 ‘경찰 브리핑’듣다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현장에서 이러면 큰 일 나겠죠?) 수요일에는 이봉수 선생님의 알토란같은 케임브리지 추억담을 듣다 졸고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언제부터 졸았는지는 기억합니다.), 목요일에는 지난 달 마감한 EBS 5분 다큐에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들 시사회 잘 버티다 수업 시작하자 권문혁 선생님께 ‘꾸벅’ 인사드렸습니다. 제 가마가 수직으로 선생님을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갑자기 강의실이 고요해진 데 오히려 놀라 깼던 것 같습니다. (옆에서 슬이가 꼬집었던가...)
발표 준비로 주말부터 목요일까지를 보내고 나니 금요일. 서울로 올라와 영-호남이 언제부터 대립구도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박상훈 선생님으로부터 흥미롭게 듣고, 다시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니 토요일이었습니다. 다시 아침. 박수택 선생님의 리포팅 수업을 서초강의실에서 듣고, 모두 함께 모여 자장면도 먹고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나니 오후1시 20분. 앞장 서서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도 모른 채 내려, 학우들 걷게 하고 (그게 다 소화를 돕기 위해서...), 다시 버스타고 강 건너 만리재 한겨레 사옥에 도착해, 김경애 선생님께 신문편집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준비해 오신 간식 먹으면서 파프리카가 어지간한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은선양은 두 번 모두 눈 감고, 지현이는 쓰레기통 치우고 (고마워!), 마주보는 아파트에서는 어쩌면 기자일 수 있는 어느 아저씨께서 묵묵히 담배를 피고 계셨고요. 이렇게 일주일을 꽉 채워 보내고 나니 토요일이 다 갔습니다.
아직 일요일이 남았지요! 한 주의 마지막 혹은 시작. 봄이면 늘 그렇지만 꽃피기 시작하면 마음이 들뜨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겨울보다 봄이 더 연말연시 같습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비로소 지난 해 찍었던 봄 사진을 떠올리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靑春- 같은 단어도 한 번씩 생각해 보고, 하얀 벚꽃을 기억에 담을 수 있는 이십 대가 얼마나 남았나 하고도 생각해 보는 계절- 네, 가끔은 꽤 사색에 빠지는 시절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황색저널리즘 운운하는 세저리뉴스라지만, 다양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할 터, 이 계절 세저리뉴스의 인간미 넘치는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詩 한 편 실어 봅니다. 김수영 시인 (시인, 서울 종로 출생, 1921~1968.6.16, 평화신문사 문화부 차장, <묘정의 노래>, <풀> 등 다수 작품 남김)의 ‘봄 밤’ 입니다.
마초원숙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