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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세저리뉴스] 자꾸 안탈래 - 과제 그리고 그 이후
- 최원석
- 조회 : 2619
- 등록일 : 2011-04-26
자꾸 안탈래, <과제 그리고 그 이후> 본문 일부 소개
(마초끙 번역, 2010, 도서출판 자전거)
저녁을 먹고 산책 혹은 양치를 마치고 문화관으로 돌아온 세저리들은 모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들었습니다. 승태의 한숨 속에 섞여 나오는 푸념을.
"기획기사가 왜 이리 적어!"
여기서 "적"은 살짝 낮은 음에서 시작해 "어"로 솟구치는
-불평하듯 절규하듯 부산 바닷바람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 그런-
음으로 "취재보도실습"의 기사 모으기 과제에 대한 감정이 본인도 모르게 빠져나오는 그런 억양이었습니다.
반대편에 앉아 문든 룰루랄라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뻥?)는 윤 모양.
"나는 다 했는데~~~~"
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빨리 했네요. 승태의 견갑골에 힘이 빠지고, 절망감은 더해갑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이 갈 수록 올릴 수 있는 기사가 점점 줄어든다는 "붙여넣기 스피드 반비례 법칙"에 따라
누군가의 빠른 클릭질은 나의 토악질...아니 우라질...음, 이것도 아니고....곁눈질을 더 "심화"시킨다는...
하여튼 좋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다이어트 혹은 친환경채식을 핑계로 건강까지 해쳐가며 밥을 굶고 과제를 미리 하던 구슬e 양, 한 마디,
"나도 다했는데~~~~~"
밥과 과제업로드 순위를 맞바꾼 저 불순한 사상을 숙끙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재빨리 대꾸했지요.
"이건 반칙이야!! 과제를 빨리 올리겠다고 밥까지 굶다니!!"
하지만 숙끙은 자신의 반발이 구슬양에게 어떤 직접적인 위협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게시판에 하나둘씩 과제가 올라가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두 사람.
태연하게 책을 읽고 있는 이z현.
카이윤이 다가가 시비를 걸자 과제에 목매는 가엾은 양이라도 보듯 가볍게 대답하고 맙니다.
할당량을 모두 채운 카이윤은 심심했는지 내일 발제를 위해 어너지를 풀가동하고 있는
부드러운 부산사내에게도 접근합니다.
"준석오빠~~ 과제 다 했어요?"
"난 천천히 할거야. 경쟁사회의 노예들같으니라구!"
준석, 모두 과제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뱉을 수 있는 말들을 한 것이지요.
그 즈음 과제를 끝낸 숙끙, 카이뻥, 지현, 경현 등은 콧방귀를 뀝니다.
그러다가 이z현 군, 조금 위기감을 느꼈는지 본심을 드러냅니다.
"기사 안 쓸거면 나 줘!"
네, 이제 기사를 구걸하게 됩니다. 이른 바 "기사 빈곤 사회". 유력 언론 짠비뉴스에서 심층 보도 했던 바로 그 사회입니다.
한정된 재화(정보)를 둘러싼 고난도 경쟁(스크랩)사회의 단면입니다.
승태가 외칩니다.
"참을 수 없다. 우리 들고 일어서자!"
"담합"이 아니라 "단합"해서라도 마님께 대항해야겠어, 라는 취지의 말을 꺼냅니다.
그러나 우리의 正正혜正 양,
"난 계속 해야지~ 난 자리 꽉 붙들어매고 앉아서 해야지~"
의료-보육-금융 기획기사가 88개나 될까말까한 현실에서 1인당 30개의 할당량을 찾아야 한다는 이 절망적인 정보 불균형은
이렇게 사람의 본성을 드러냅니다.
그 옛날 순자 또한 스승이 내준 과제를 하다 "성악설"을 정립했고,
리처드 도킨슨은 과제하는 학생들을 연구 주제로 삼아 <이기적 유전자식>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저술을 하기도 했지요.
숙끙, "오늘 할 일을 내일 하지 말자"는 소박한 목표를 실천하고 실행하려던 찰나,
라봉 꽃호근 선생께서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채 발향기를 이끌고 들어오십니다.
"연극 너무 재미있었어!!! 뭐야, 다들 과제하는 거야. 그 정도야 뭐 금방하지~응"
너무->정말, 무척, 굉장히 등을 바꿔 써야 한다는 기본 맞춤법은 간단히 무시한 채,
지금 현재 꽃호근 선생께서는 "KINDS.ORG"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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