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더기 종부세 법안 ◆

"364만원이던 재산세가 올해 420만원으로 올랐어요. 집을 사고팔아 당장 이득을 본 것도 아닌데 한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라니 억울하죠. 금전적 부담도 크고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전용면적 114㎡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이진혁 씨(가명)는 최근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부아가 치밀었다. 1년 새 재산세가 15%나 올랐기 때문이다. 몇 년째 같은 집에 살면서 버는 돈은 별 변화가 없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매년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재산세 420만원을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나눠 내게 됐는데, 올해 공시가격 13억2300만원인 이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현재 22억원 수준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주택 보유자들이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부과되는 세금 앞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재산세가 30% 가까이 오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상승률은 10%대지만 세금 자체는 100만원 가까이 오른 경우도 있다. 재산세, 도시지역분 재산세, 지방교육세의 총합으로 주택 재산세는 산출세액 절반을 7월에, 나머지 절반을 9월에 납부해야 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를 보유한 은퇴자 김길문 씨(가명)는 재취업을 고민 중이다. 은퇴 후 집 한 채를 가졌을 뿐인데 총 759만원의 재산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작년 재산세 662만원도 겨우 마련했는데, 은퇴 후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큰돈을 마련하려니 막막하다. 김씨는 이달 379만5000원을 내고 9월에 남은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도 지난해 180만원 부과됐던 재산세가 올해는 230만원으로 28%나 뛰었다. 올해 공시가격이 9억2300만원이지만, 현재 이 단지 동일 평형 호가가 20억원에 달해 앞으로 세금이 더 늘어날까 두려운 상황이다.

강동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를 보유한 김주영 씨(가명)는 올해 부과된 재산세(199만원)가 작년(181만원)보다 10%밖에 늘지 않았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올해는 정부에서 공시가격 6억~9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주택에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하면서 혜택을 봤지만,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설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8억3200만원인 이 아파트 동일 평형은 최근 14억원에 거래돼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공시가격을 대책 없이 올려놓고 국민 원성이 자자하니 고작 몇십만 원 깎아주고 생색내는 조삼모사 정책"이라며 "감면 혜택을 안 받아도 좋으니 무리한 공시가격 인상을 멈춰달라"고 비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주택 소유자들 대부분은 같은 기간 소득이 갑자기 크게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부담은 절대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상승 속도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